티스토리 뷰

반응형

제목은 좀 거창합니다만...사실 별 거 아닙니다.


사족부터 먼저 말하자면, 제가 어릴 적에 읽었던 무협소설 중에 좀 뇌리에 남는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용대운 저 "태극문" 이라는 작품입니다.

그 작품에서 주인공의 특징은...천하제일인이었던 형이 새롭게 나타난 고수에게 패해 죽으면서 주인공이 그 고수를 이기기 위해 수련을 쌓고 도전자격을 얻어 이기는 여정을 그리는데, 형의 무공을 배우질 않는다는 것입니다. 형이 알려주지 않고 다른 곳에서 무공을 배우도록 하게 했는데, 그곳이 태극문이고 매우 특이한 곳이었습니다.

무림인이라면 모두 아는 육합검법부터 해서 십팔반 무예 모두를 누구나 아는 무예만 가르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걸...몇 년 동안 계속 갈고 닦습니다. 같이 입문한 동기들은 다른 스승들을 만나 다 떠나지만 주인공만 억척스럽게 그 무공을 갈고 닦아...드디어 태극문의 절기(?)를 완성합니다.

주인공의 형에게 이긴 고수는 가전무공을 익혔는데, 그 무공의 특징은 상대의 헛점을 파고들어 이기는 파훼 전문 무공이었습니다. 태극문의 창시자가 이 가문이 무림을 제패하려고 했을 때 그 가문을 물리쳤고, 결국 주인공도 마지막에 이겨서 최강자의 자리가 됩니다.

이 태극문이 시시한 무공을 몇 년간 갈고 닦는 이유는..."헛점이 없는 무공은 수십, 수백, 수천, 수만번이라도 계속 반복해서 갈고 닦아 헛점이 없도록 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동작이 단순한 무공이 적합하다" 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뭔가 느껴지신다면...이후는 읽어보실 필요가 없겠죠.

보통 초보분들에게 공부할 때, 예전에는 방명록(텍스트 파일에 데이터를 저장하던 perl 시절이 주류), 요즘은 게시판(요즘 RDBMS), 쇼핑몰(협업, 학원 등 공부한 분들)이면 다 만든다고 그거 만들어보라고 합니다.

그럼 물어보겠습니다.

한 번 만들고, 소스 다 지우고 다시 만들어 보신 분? 세 번 만들어보신분? 열 번 만들어보신 분?


제가 회사 생활 16년 정도 하면서...게시판 류는...완전 밑바탕부터 만든게...한...20번은 될 것 같네요. 언어만 5가지 정도는 될 것 같고, 계층형, 댓글형, 기타 등등...기존꺼 이용 안하고 화면설계와 ERD 부터 완전 새로 만든게 그 정도는 될 것 같습니다.

그게 제 무기입니다.


회사에 들어가서 업무를 배우는게 가장 빠르다고 하죠. 인정합니다. 그 이유는...이미 잘 만들어진 예제 소스가 이미 거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SI 가 초보들이 바로 하기엔 좋지 않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 소스를 이용해서 아주 유사한 페이지를 한 번, 두 번,... 수십 번 만들다보면...조금 응용해서 이것도 바꿔보고, 내부 구조도 더 이해하고...그러면서 늘어가는 것입니다.

물론 문법이나 이런 것들은 어떻게든 책을 통해서든 학원을 통해서든 배워야겠죠. 하지만, 그 뒤에 이 부분을 등한시해서 회사에 적응 못하겠다는 분을 너무 많이 봐오고 있습니다.



그럼 사수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아닙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정말 그 신입을 키울 요량이라면...그 수준에 맞는 기본 소스 제공 및 해야할 일 제공, 반복 학습 및 옆으로 세어나가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언급했습니다. 반복 학습을 하면서 조금씩 살을 붙이고 내부를 공부한다구요. 그런데, 너무 엇나가기 쉬운게 또 초보들의 문제입니다. 게시판을 개발하고 있는데...로그인 체크를 각 요청 때마다 체크하게 처음 개발할 것입니다. 그런데, 게시판 하나 만들었는데...갑자기 spring security 가 좋다고 들었습니다. 그거 해보겠다고 달려듭니다. spring security 에서 db 연동해서 처리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것도 파고 듭니다...이런 식으로 파고 가다보면...반복 학습을 통해 토대를 쌓아야 할 것들을 모두 뭉게버리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시기에 사수가 일만 던져주고 드라마 보고 만화만 보고 있다...

그래도 됩니다. 하지만, 최소한 일을 던져준 뒤 어떻게 되고 있는지 눈으로만 봐도 대충 감이 올 것이고, 옆 길로 세지 않도록, 어디를 찾아보면 도움이 될지 예제 코드나 예제 웹사이트를 제공하는 것으로, 아니면 직접 소스 코드를 고쳐주면서...도움만 줘도 사수로서의 역할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무조건 혼자 힘으로 해내, 야근해서, 밤을 세서라도 해내, 알아서 해, 니가 맡아...이런 이야기 한다면...개인적으로는 사수로서는 실격입니다. 그냥 초보보다 등급 높은 개발자 한 명이 같은 일을 하고 있는 것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내용이 길어졌는데...

제가 제안하는 건 간단합니다.

페이지 비교적 간단한 것을 준비합니다. (CRUD 가 다 있어도, 아니라도) 그리고 똑같이 코딩해봅니다. 코딩하면서 이해해봅니다. 다 개발하면...다시 읽어봅니다.

모두 지우고 다시 코딩해봅니다. 다시 보고 하든, 그냥 혼자 생각해서 하든...몇 번을 하다 보면...분명히 원 코드를 안보더라도 원래 것과 동일한 동작을 하는 코드를 구글링 정도만 동원해서라도 개발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럼 1차가 끝난 겁니다.

거기서 궁금한거 1~2개를 알아봅니다. 많아도, 깊어도 안됩니다. 그걸 가지고 다시 개발해봅니다.

그렇게 살을 붙여보세요.

처음에는 오래걸릴 겁니다. 하지만, 점점 빨라질 것이고...그러다보면 어느 정도 자신이 붙게될 것입니다.

문제는...이게 한두달이 아니라 일이년이라는 겁니다. 생각보단 오래걸리죠.


이런 과정 없이 이해가 바로 되고, 바로 짤 수 있으면...사실 초급 아니니까...중급 인정 안해주는 이 바닥의 실태를 욕하셔도 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이 글은 제가 2016년에 https://okky.kr/article/329269 에 올린 글을 퍼왔습니다.

반응형
댓글
반응형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